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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질 때 읽는 시,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

by 휴식맨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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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떨어진 꽃잎들이 길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습
떨어진 꽃잎들


출근길.

떨어진 꽃잎들이 수북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맞이 한 좋은 시절도 잠깐이었나 보다.

화려하게 피어올랐던 환희의 순간도, 그 웃음도 잠깐이었나 보다.

그래, 왔으니... 또 가야지. 

봄은 언제나 왔지만 언제나 떠났다. 늘 그렇듯.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축복에 싸였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내 눈에 비친 꽃잎들은 그저 순응. 어쩔 수 없는 순응이다.

그래도 그 순응이 무성한 잎들을 잉태하고 가을의 열매를 맺게 하는 걸 안다.

순응...

그래서 간다. 회사에 간다.

오늘도 발길은 지하철 입구를 향한다.

 

 

   ....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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