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박치기왕 김일'을 응원하던 소년이었다.
박치기왕 김일 때문에 프로레슬링을 좋아했고, 좋아했다고 해도 뭐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응원하는 것이 다였지만.
그래서 자연스럽게 '안토니오 이노키'도 알게 되었다.
안토니오 이노키는 주걱턱이 인상적이었지만, 잘 생긴 편이었고 실력도 좋아서 일본에서 최고 인기 있는 레슬링 스타였다.
아마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무하마드 알리와의 이종격투기 대결일 것이다.
누가 이길 것인가?
이 한 가지 물음으로 세계인들이 지켜보던 최고의 흥행 경기는 '최고의 실망'으로 끝났다.
위 사진 하나가 그 경기의 전부다.
안토니오 이노키는 처음부터 끝날때가지 바닥에 누워 발만 까딱였고, 무하마드 알리는 서서 누워있는 안토니오 이노키를 놀려대는 것이 다였다.
이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난 싱거운 승부였지만, 아직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서론이 길었다.
그런 안토니오 이노키가 오늘 10월 01일 별세했다는 뉴스가 떴다.
향년 79세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니다.
"타오르는 투혼"의 캐치 플레이로 프로레슬러로서 인기를 구가했던, 참의원도 2기를 지냈던 안토니오 이노키 씨가 1일 오전 7시 40분, 심부전으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올해 떠나는 인사들이 참 많다 싶다.
이웃나라 일본의 인사인데 굳이 포스팅을 해야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안토니오 이노키는 알고 보면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김일 선수가 말년에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가 현역시절 한국에 와서 김일 선수와 싸웠던 시합이 떠오른다.
경기는 초반 반칙을 하면서 안토니오 이노키가 밀어붙이고, 그러면 모든 관객과 시청자들이 한 목소리로 김일 선수를 향해 "박치기, 박치기, 박치기..."를 외쳤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
응원에 힘을 얻은 김일선수가 전매특허인 박치기로 안토니오 이노키를 쓰러뜨리면, 온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이것은 모두 실제 격투가 아닌 시나리오대로 따라한 연기에 불과하다. 한국에 와서 하는 경기이니, 한국 선수가 이기게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경기를 한 것이지만, 이때는 모두가 그 사실을 몰랐다. 아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게 뭐 대수일까. 철천지 원수 같은 일본 놈을, 야비하게 반칙하는 일본 왜놈을 우리의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통쾌하게 깨부쉈다는 사실에 취하는 것이 최고였으니까.
안토니오 이노키. 향년 79세 별세.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주인공이 떠났다.
하지만 그의 행적은 그를 기억하는 모두의 가슴 속에 추억으로 남겨졌다.
편안하시길.
떠난 그의 명복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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