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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거철,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by 휴식맨 202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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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앞에 세워둔 자전거 안장에 무언가가 있었다.

초록의 조그만 생명체.

사마귀였다.

자전거 안장 위의 새끼 사마귀의 모습
자전거 안장 위의 새끼 사마귀

조그만 게, 아직은 어린 새끼 사마귀였다.

어떡하나?

살짝 조심히 치우려 손을 가까이 가져가니,  두 팔을 들고서 덤비려 한다.

가히 당랑거철.

사마귀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당랑거철은 '사마귀가 두 팔을 들고서 수레바퀴를 막아선다'는 한자성어로, 그 뜻은 「자기 분수도 모르면서 덤벼드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의미한다.

어리석은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새끼 사마귀
움직이기 시작하는 새끼 사마귀

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안장의 가장자리로 움직이는 새끼 사마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조금 망설이는 듯이 제자리에서 상체를 좌우로 흔들던 녀석이 앗! 하는 순간, 아래로 뛰어내렸다.

"대단하다."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안장 가장자리에 선 새끼 사마귀
안장 가장자리에 선 새끼 사마귀

절대 어리석은 놈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금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나갔는데, 곤충 한 마리가 덩치에 비해 큰 앞발을 휘두르며 수레를 막아섰다. 장공이 무슨 곤충이냐고 묻자 신하가 대답했다. "사마귀라는 곤충인데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 모르며, 자기 힘은 생각하지 않고 적을 업신여기는 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장공이 "그놈이 만일 사람이라면 천하의 용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선 그 사마귀를 비켜서 갔다는 것이 유래가 되었다.

와...!

역시나 사마귀는 용맹한 녀석이다.

그 옛날 장공이 인정할 정도의 용맹한 곤충이 바로 사마귀다.

그 사마귀가 내 앞에서 용맹스럽게 뛰어내리는 모습에 작은 감동이 밀려왔다.

'너는 참 용감하구나!'

 

살다 보면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무모하게 행동하다 호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린 그걸 피하기 위해 항상 자신을 낮추고 조심한다.

그게 사는 데에 도움이 된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무모함보다는 조심성 있는 행동이 우리를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감탄했다.

손가락에 맞서는 사마귀의 무모함에, 그리고 안장 위에서 뛰어내리는 그 용맹함에 환호했다.

내 속에 막혔던 뭔가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용맹함이여, 무모함이여. 나로부터 사라져 버린 단어들이여.

 

일렁이는 감정의 물결이 잠잠해졌다.

나는 다시금 안장에 앉아 자전거를 탔다.

집으로 간다. 

그렇게 또 사마귀는 잊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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