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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와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가 아니다? "어이가 없네."

by 휴식맨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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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남긴 명대사.

"어이가 없네."

우리는 여기에 나온 '어이'가 맷돌의 손잡이라고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어이가 없네 대사를 하는 유아인
"어이가 없네" 하는 유아인

'어이'는 맷돌의 손잡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처구니'가 맷돌의 손잡이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이렇다.

"어이가 없네."와 "어처구니가 없네."는 같은 의미로, 일상에서 어떤 사실에 대해서 기가 막히거나 황당할 때 쓰는 말이다. 또한 그 말의 유래는 원래 '어이'와 '어처구니'가 맷돌의 손잡이로서, 맷돌의 손잡이가 없다면 사용할 수 없어서 황당한 경우를 당하기에 생겼다고 알고 있다.

 

 

이 상식은 나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선 의미 부분에서는 맞다.
기가 막히거나 황당한 경우를 당하면 '어이'와 '어처구니'는 '없다'와 함께 쓰여 "어이가 없다."나 "어처구니가 없다."로 그 상황을 잘 표현한다.

틀린 부분은 '어이'와 '어처구니'가 정확히 맷돌의 손잡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고, 특히 '어이'와 '어처구니'는 그 어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은 '맷손'이다.

그렇다면 어이의 유래와 어처구니의 유래가 정말 궁금하다.

 

■어이 유래

'어이'는 '어처구니'의 축약어도 아니며, 정확한 유래가 밝혀지지도 않았다.

다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이'는 '어흐'에서 시작되었다고 추측한다.
'어흐'가 최초로 발견된 곳인 순천김씨묘출토간찰에 "보낼 길히 업거든 어떤 어흐로 보내리"라 적혀 있다는 데, 여기에서 '어흐'는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한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었다고 여겨진다. 옛날에는 '어이'보다는 '어히'가 많이 쓰였고, '어이'는 19세기부터 발견되었다.

 

 

언어는 수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데, 예전 학생들이 자주 쓰던 '얼탱이 없다'도 이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 당시 단어 초성에 '탱'을 붙여 사용하던 것이 유행했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던 것이 '담탱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어처구니 유래

어처구니가 맷돌의 손잡이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어처구니가 맷돌의 손잡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많다.

소설 등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정구 <신승>에 나오는 대사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걸 맷돌이라고 불렀어. 알겠냐? 그리고 이 손잡이는 어처구니라고 해.
어느날 농부가 두부를 해 먹으려고 콩을 한말 사 가지고 온 거야. 그런데 광에서 맷돌을 꺼냈더니 아뿔싸!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생각해 봐. 30리나 떨어져 있는 시장을, 두부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갔다 왔는데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는 거지. 지금이 딱 그래.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이 어처구니가 없는 놈들아!"

 

많은 사람들이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라고 주장하기에 수긍해도 무난하지 싶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가 아니다.'라고 확실히 말한다. 맷돌의 손잡이는 앞서 말한 '맷손'이다라고 정확히 기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처구니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2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①상식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

②조선시대 궁궐의 처마에 올렸던 사람이나 갖가지 기묘한 동물 모양의 흙으로 만든 인형(토우)

 

어처구니는 기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과 궁궐 수호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궁궐 처마에 어처구니를 올리는 일을 하는 사람을 '잡상장'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공사를 마치고 마무리할 때 '어처구니'를 깜빡하고 올리지 않았을 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의미로 '어처구니없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어이'와 '어처구니'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어이'와 '어처구니'는 '없다'와 어우러져 '기가 막히거나 황당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맷돌의 손잡이를 의미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유래를 통해 만들어진 말이었다.

상식이라 생각했던 정보가 틀린 정보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짜릿!한 맛이 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어이가 없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겪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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