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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들...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다

by 휴식맨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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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언제나 그 시간이었다.

 아니다, 오늘은 늦었다.

 지하철은 언제나 그 시간, 그런데 나는 늦었다.

 그래서였겠지, 마음이 급했다.

 지하철역 앞 200미터, 거기엔 횡단보도가 있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여기 신호등만 빨간등이다. 

 왼편 저쪽의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고, 오른편 저쪽도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다.

 가운데에 위치한 이 횡단보도는 왜 아직도 빨간불이란 말인가.

 건널까?

 마음이 재촉한다.

 오른발이 움찔이다, 멈췄다.

 건널 수 없었다.


 맞은 편.

 아이 하나, 엄마손을 잡고 서 있었다.

 유치원생? 초등생? 

 이쪽의 신호등이 초록색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야 하는데...

 시간이 가는데...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 '지하철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지만,

 건널 수 없었다.

 

  ... 저 맑은 눈동자를 피할 수있는 방법이 내겐 없다.


 후~우...

 '불가능한 일이다.'


 그때였다. 

 아이의 눈동자가 빛났다.

 초록! 

 초록이다!

 아이는 오른 손을 번쩍 치켜올리고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허둥거리는 아저씨가 그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아니 뛰어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지하철역이 멀다.

 마스크 위로 뿜어나온 입김이 앞길을 가로막자,

 바삐 움직이던 두 다리가 주책없이 풀리려했다.


 '그냥 건넜어야 했을까?'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

 그래도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을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

 피식, 웃음이 났다.


 오늘은 유난히 날이 맑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지하철은 떠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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