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언제나 그 시간이었다.
아니다, 오늘은 늦었다.
지하철은 언제나 그 시간, 그런데 나는 늦었다.
그래서였겠지, 마음이 급했다.
지하철역 앞 200미터, 거기엔 횡단보도가 있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여기 신호등만 빨간등이다.
왼편 저쪽의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고, 오른편 저쪽도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다.
가운데에 위치한 이 횡단보도는 왜 아직도 빨간불이란 말인가.
건널까?
마음이 재촉한다.
오른발이 움찔이다, 멈췄다.
건널 수 없었다.
맞은 편.
아이 하나, 엄마손을 잡고 서 있었다.
유치원생? 초등생?
이쪽의 신호등이 초록색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야 하는데...
시간이 가는데...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 '지하철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지만,
건널 수 없었다.
... 저 맑은 눈동자를 피할 수있는 방법이 내겐 없다.
후~우...
'불가능한 일이다.'
그때였다.
아이의 눈동자가 빛났다.
초록!
초록이다!
아이는 오른 손을 번쩍 치켜올리고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허둥거리는 아저씨가 그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아니 뛰어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지하철역이 멀다.
마스크 위로 뿜어나온 입김이 앞길을 가로막자,
바삐 움직이던 두 다리가 주책없이 풀리려했다.
'그냥 건넜어야 했을까?'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
그래도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을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
피식, 웃음이 났다.
오늘은 유난히 날이 맑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지하철은 떠났겠지?'
'생각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도 칼처럼, 아니 더... (0) | 2021.01.11 |
---|---|
따뜻한 말 한마디 (0) | 2020.12.28 |
엄마생각 (2) | 2020.12.01 |
겨울비가...지나갔다 (0) | 2020.11.19 |
코스모스는 가을이다 (코스모스 어원, 코스모스 꽃말, 가을꽃) (4) | 2020.10.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