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달력
/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월의 녹음
/진의하
6월의 녹음은
고공을 꿈꾸는
새였다.
한사코 파닥이는 날개 짓
제 어둠의 그림자를
새까맣게 털어놓고 있었다.
우우
하늘을 우러러
어제보다 한 치씩
웃자란 목을 빼고
싱그러운 물빛 번쩍이며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지옥의 문을 들어서는 공간에
당신과,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6월의 꿈
/임영준
앙
깨물어볼까
퐁당
빠져버릴까
초록 주단
넘실대고
싱그러운 추억
깔깔거리는데
훨훨
날아보아도 될까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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