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골랐다.
'교토대학 신입생 아베에게 펼쳐지는 판타스틱 로맨스'
주인공의 이름이 '아베'인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판타스틱 로맨스'라는 것에 끌렸다.
가모가와 호루모.
가모가와 호루모의 책표지에 실린 그림이 마치 무협소설에서 엄청난 내공을 쌓은 고수가 펼치는 무공의 초식을 연상케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읽었다.
재미는... 글쎄?
취향의 문제이지 싶다. 이런 종류의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도.
'이런 종류'라고 한다면, 일본의 요괴들이 나오고 요괴를 부리고 게임처럼 싸워서 승리를 얻는 뭐 그런 것을 말한다.
즉, 재미없었다. 나에게는.
대신 흥미로운 것은 있었다.
그것은 神이다.
우리는 이것을 '신'이라고 읽고, 뜻도 '신'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神을 '가미'라고 읽는다. 일본의 '가미'는 너무도 포괄적이다.
때로는 우리가 말하는 신, 즉 '하나님'이 되기고 하고, 때론 '죽은 자의 영혼'이 되기도 하고, 때론 '천황', 때론 인간을 괴롭히는 '요괴'가 되기도 한다. 공통적인 것은 그 대상은 두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가미'는 엄청 많다.
"야오요로즈(八百萬)의 가미'
팔백만의 가미.
일본인들은 모든 사물에 '가미'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미'를 숭배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에 녹아있고 그들의 정신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소설 '가모가와 호루모'의 재미가 반감될 것이다.
줄거리는 대략, 교토대학 신입생인 아베가 '교토대 청룡회'라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호루모 대항전'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판타지도 있고, 로맨스도 있다. 청춘들을 위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나는... 청춘이 아니다.
작가인 '마키메 마나부'의 역량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호루모'라는 새로운 개념의 신조어를 만들었고, 소설을 읽을 때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표현력이 좋다. 복잡한 심리를 간결하면서도 재미나게 표현하는 그의 문장력은 탁월하다.
"기다려, 기다리라고!'
경종이 요란하게 울려대고, 사나이의 긍지를 사수하라고 호소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줄기차게 되풀이되었다. 하지만 스위치 끈을 움켜진 손은 꿈쩍도 하지 않는 데다 비어 있는 다른 손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돼. 코는 안 된다고!'
양심과 상식으로 버텨내고 있는 '하얀' 내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코는 안 된다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엉덩이나 가슴의 굴곡을 더듬는 편이 건전하고 이해가 간다고. 코만 만지다니 그런 건 꼭 변태 같잖아.'
사와라 쿄코의 콧대까지 단 몇 센티미터를 남겨두고 나는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이래서야 진정한 변태가 되고 만다. 변태와 일반인을 구분 짓는 경계선은 무엇인가? 그것은 행동으로 옮기느냐 마느냐 하는 한 가지다. 그 사실을 일보 직전에 깨달은 나는 방이 깜깜해지기까지 스위치 끈을 난폭하게 세 번 잡아당겼다.
흐ㅡ흐흣. 어찌 웃지 않겠는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나는 오늘도 일반인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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