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한일관계에 관한 뉴스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신사지만, 가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떤 곳이지?
왜 이리 시끄럽지?
궁금했다. 그래서 갔다.
야스쿠니 신사.
도쿄 중심부, 고쿄(천황 거주지) 근처에 위치해 있다.
도쿄의 중심부라는 것을 고려할 때 꽤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조금은 긴장되는 분위기.
얼마 전, 중국인에 의한 '야스쿠니 신사 테러'가 있어서일까?
주변에 경찰도 배치되어 있었다.
가급적 말을 삼가고, 경내를 둘러보았다.
경내를 돌다가 '이건 뭐지?' 하는 것들을 발견하곤 했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거였다.
칼라 인쇄를 한 석판.
누구지?
일본인은 아니다.
의상을 보니, 서양 신부인가?
여기에 기념비(?)를 세운 것을 보니, 야스쿠니 신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은 틀림없다.
아래에 그에 관한 기록들이 적혀있다.
사진을 찍었다.
돌아가서 알아보리라.
■라다비노드 팔 판사
1886년 1월 27일 ~ 1967년 1월 10일
인도 제국의 법조인
인도 벵골 주에서 태어난 그는 캘커타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캘커타 대학 법학부 교수로 지내면서 고등법원 판사에 취임하였다. 그가 야스쿠니 신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도쿄재판'이다.
1946년 4월 29일부터 1948년 12월까지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전범들을 처리하기 위한 도쿄의 극동국제군사재판소가 소집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도쿄재판'이다.
진주만을 타격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등지에서 학살을 자행한 일본의 A급 전범의 재판이 열렸는데,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의 총사령관이던 맥아더가 일본의 항복문서에 조인한 9개국에서 열한 명의 판사들을 불렀고, 그중 한 명이 바로 인도를 대표하는 라다비노드 팔 판사였다.
그런데 라다비노드 팔 판사는 다른 모든 판사들과는 달리 혼자 '일본 전범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최종판결을 통해 A급 전범들의 유죄가 정해질 때까지도 재판에 동의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하여 재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소수 의견서까지 제출하며 무죄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 주장의 요지를 이렇다.
"일본 전범들에게 적용되는 죄목과 형량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따라서 국제군사재판은 무효다."
라다비노드 팔 판사는 이후 시간이 꽤 지난 뒤에도 일본에 직접 가서 전범들의 가족들에게 그들이 죄인이 아니라고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그의 공덕을 기리고자 위와 같은 공덕비를 세워주었다.
지금도 일본과 인도는 상호 간 우호증진의 인물로 가장 먼저 라다비노드 판사를 내세운다.
일본 식민지를 겪었거나, 우리나라처럼 일제치하를 겪었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뜨거운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좀 더 냉정한 머리로 그가 왜 그랬는지 생각해 보자.
자료를 찾아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다음은 팔 판사의 입장에서의 견해다.
- 도쿄재판은 패전국에 대한 승전국의 보복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승전국이 정한 임의적 근거들을 토대로 도출해 낸 결과들일뿐이다. 인류사를 통틀어 보았을 때 서구 제국주의가 식민지화 과정에서 저지른 학살과 비인륜적 행위들은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또한 재판을 해야 하지 않나? 정해진 국제법이 없어 식민지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들을 처벌할 수 없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패전국에 대한 재판도 명확한 국제법이 없기에 재판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아마도 팔 판사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아왔던 인도인으로서, 그 이전에 자행되었던 수많은 서구 제국주의의 잘못은 완전히 덮어버리고, 2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인해 패전국에게 모든 범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보았지 싶다.
즉 모든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처벌을 패전국에게 함으로써, 자신들은 죄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얕은 수법이라고 본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해한다.
나는 팔 판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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