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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오래된 물음/ 김광규 - 비 개인 오후에 그의 시를 읽다

by 휴식맨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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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것을 모르랴

시간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짐승처럼 늙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

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

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

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느냐

쓰레기터의 라일락이 해마다

골목길 가득히 뿜어내는

깊은 향기

볼품없는 밤송이 선인장이

깨어진 화분 한 귀퉁이에서

오랜 밤을 뒤척이다가 피워낸

밝은 꽃 한송이

연못 속 시커먼 진흙에서 솟아오른

연꽃의 환한 모습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의 고운 미소는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지 않느냐

맨발로 땅을 디딜까봐

우리는 아기들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손에 흙이 묻으면

더럽다고 털어준다

도대체

땅에 뿌리박지 않고

흙도 몸에 묻히지 않고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팽팽한 마음

튀어오르는 몸

그 샘솟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예쁘게 피어난 꽃
예쁘게 피어난 꽃


소나기가 지나갔다.

조금은 좁은 골목 한 편에 피어난 꽃.

왜 이리도 예쁘냐.

빗방울 머금은 네 모습 바라보며, 나는 김광규 시인의 '오래된 물음'을 떠올린다.

오래된 물음.

생명이란 무엇이냐?

자연이란 도대체 무엇이냐?

모진 시간 견디어 꽃은 피고 또 진다.

태어나 자라고 어느 사이 또 늙어간다.

사라지고 죽고 흩어진다...

 

그리고 또 이렇게 피어난다.

빗방울 머금은 예쁜 꽃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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