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24 절기의 첫 시작이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며, 입춘축을 붙인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만 가지 일들이 형통하라"
오늘은 대문에 입춘축을 붙이는 것 대신에, 입춘시들을 모아보았다.
입춘에 대한 만감들이 시 속에 녹아 있어서,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立春 詩모음
입춘
- 윤보영
입춘입니다
나는 오늘 꽃을 심겠습니다
나무며 씨앗은 아직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겠지만
나는 꽃을 심겠습니다
꽁꽁 언 추억에 애틋함이 스며들어
기억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그대 좋아하는
결 고운 향기를 보내겠습니다
그대가 걸어올
마음 밖으로 달려나가
파랑새를 날리며 기다리겠습니다
입춘입니다
오늘 내 안에
그대라는 꽃을 심겠습니다
입춘의 사랑노래
-정연복
아직 봄이
저만치 있어도
내 마음 속엔 앞질러
봄은 시작되었네.
머잖아 찾아올
꽃 피는 봄을 예감하며
매서운 칼바람도
오늘은 별 거 아닌 듯.
당신의 마음 또한
아직은 내게서 멀어도
가슴 속으론 벌써
당신은 내 사람.
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입춘일기
- 이해인
겨울이 조용히 떠나면서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봄이 살그머니 다가와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또 만나서 반가워요.
딱딱한 생각을 녹일 때
고운 말씨가 필요할 때
나를 이용해주세요.
어서오세요. 봄!
나는 와락
봄을 껴안고
나비가 되는 꿈을 꿉니다.
입춘단상
- 박형진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찾아들었다.
입춘 지나서
- 정연복
입춘이 지난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는데
오늘 또다시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꽃 피는 봄날이 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자연의 봄 마냥 인생살이의
봄 또한 그러하겠지.
그래도 창문 너머
한낮의 밝은 햇살에서는
차가운 듯 따스운
봄기운이 아른아른
입춘
- 오정방
아직도
겨울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산마루에도
계곡에도
들판에도
그 잔해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간단없는 시간은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이미
봄은 문턱을 넘어왔다
지필묵을 준비 못해
'입춘대길'은
마음에만 새긴다
입춘
- 김귀녀
오늘도 살얼음판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갔다
걱정거리가 없는 날은 언제일까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한걸음
내딛는 길이 모두 빙판이었다
결국 인생은 길을 찾아가는 일일뿐인데
새해를 맞고 봄을 맞는다.
'마음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플 워커? '관계의 온기'를 생각하다. (2) | 2025.02.06 |
---|---|
2월의 시 모음 250131 (0) | 2025.01.31 |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을 생각하다 (1) | 2025.01.24 |
이찌고 이찌에? 일기일회, 무슨 의미일까? (1) | 2025.01.24 |
1월의 시 모음 2501 윤꽃님 외 (0) | 2025.0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