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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입춘시 모음 250203

by 휴식맨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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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24 절기의 첫 시작이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하며, 입춘축을 붙인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만 가지 일들이 형통하라"

 

오늘은 대문에 입춘축을 붙이는 것 대신에, 입춘시들을 모아보았다.

입춘에 대한 만감들이 시 속에 녹아 있어서,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立春 詩모음

입춘

 

- 윤보영

 

입춘입니다

나는 오늘 꽃을 심겠습니다

 

나무며 씨앗은 아직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겠지만

나는 꽃을 심겠습니다

 

꽁꽁 언 추억에 애틋함이 스며들어

기억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그대 좋아하는

결 고운 향기를 보내겠습니다

 

그대가 걸어올

마음 밖으로 달려나가

파랑새를 날리며 기다리겠습니다

 

입춘입니다

오늘 내 안에

그대라는 꽃을 심겠습니다

 

 

 

 

입춘의 사랑노래

 

-정연복

 

아직 봄이

저만치 있어도

 

내 마음 속엔 앞질러

봄은 시작되었네.

 

머잖아 찾아올

꽃 피는 봄을 예감하며

 

매서운 칼바람도

오늘은 별 거 아닌 듯.

 

당신의 마음 또한

아직은 내게서 멀어도

 

가슴 속으론 벌써

당신은 내 사람.

 

 

 

 

 

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입춘일기

 

- 이해인

 

겨울이 조용히 떠나면서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봄이 살그머니 다가와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또 만나서 반가워요.

딱딱한 생각을 녹일 때

고운 말씨가 필요할 때

나를 이용해주세요.

어서오세요. 봄!

나는 와락

봄을 껴안고

나비가 되는 꿈을 꿉니다.

 

 

 

 

입춘단상

 

- 박형진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찾아들었다.

 

 

 

 

 

입춘 지나서

 

- 정연복

 

입춘이 지난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는데

 

오늘 또다시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꽃 피는 봄날이 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자연의 봄 마냥 인생살이의

봄 또한 그러하겠지.

 

그래도 창문 너머

한낮의 밝은 햇살에서는

 

차가운 듯 따스운

봄기운이 아른아른

 

 

 

 

 

입춘

 

- 오정방

 

아직도

겨울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산마루에도

계곡에도

들판에도

그 잔해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간단없는 시간은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이미

봄은 문턱을 넘어왔다

지필묵을 준비 못해

'입춘대길'은

마음에만 새긴다

 

 

 

 

 

입춘

 

- 김귀녀

 

오늘도 살얼음판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갔다

걱정거리가 없는 날은 언제일까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한걸음

내딛는 길이 모두 빙판이었다

 

결국 인생은 길을 찾아가는 일일뿐인데

새해를 맞고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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