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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11월의 시, 가을시 모음

by 휴식맨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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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달이다.
벌써 11월? 이제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는 마음.
가을도 절정으로 치닫고, 절정 다음에 오는 예정된 허무 때문인지, 11월의 마음은 왠지 스산하기만 하다.
오늘은 11월을 노래하는시, 가을시들을 모아보았다.

 

■11월 시, 가을시 모음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은행잎들

11월의 안부

 

황금빛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고
지난 추억도 갈피마다
켜켜이 내려앉아
지나는 이의 발길에
일없이 툭툭 채이는 걸
너도 보았거든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식 넣어
맑은 이슬 한 잔 하자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 끝내고 나서

 

(최원정. 시인. 1958~)

 

붉게 물든 단풍 가득한 나무들

11월

 

너희들은 이제
서로 맛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11월
햇빛과 나뭇잎이
꼭 같은 맛이 된
11월

엄마, 잠깐 눈 좀 감아봐! 잠깐만

잠깐 잠깐 사이를 두고
은행잎이 뛰어내린다

11월의 가늘한
긴 햇살 위에

 

(황인숙)

 

모과나무 앞에 철 지난 장미가 피어있는 모습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11월을 보내며

 

어디쯤 가고 있는지
늘 목에 가시 되어
남아 있는 가을

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덩달아 통곡을 하게 하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
내 아픈 겨울

힘들게 오르는 가파른 언덕 길
늦은 가을 국화 한 송이
눈물새 울음 배어 목이 쉬는데
어느 시간 속에 건 찾아내어
함께 있자 한다
함께 있자 한다

 

(정아지)

 

커다란 나무가 가을을 맞아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

11월

 

한 그루의 나무에서
만 그루의 잎이 살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용하)

 

 

11월에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리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이해인)

 

여러가지 모습으로 물든 나뭇잎들이 떨어져 한 곳에 모여있는 모습

11월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고 은)

 

 

11월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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