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를 쳐 본 게 언제일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늘 이렇게 낯선 당구장에 아들과 함께 왔다.
아들이 말했다.
"당구 좀 가르쳐 주세요."
이제 대학생이 되는데, 친구들과 당구장을 간다면 최소한 큐대는 잡을 줄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 내가 스승이 되어주자.
큐대를 골라 들고서 당구대 앞에 섰다.
그런 내게 벽면에 붙어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당구병법?
잠깐 읽어보다 빵 터졌다.
<당구병법>
*가급적 후루쿠를 쳐서 상대방의 기를 죽인다.
*수시로 말 겐세이를 해서 상대방의 정신을 흩트린다.
*후루쿠는 필히 장타로 연결한다.
*장타 치고 난 후 완벽한 디펜스를 한다.
*이긴다고 생각하는 게임은 짜장면을 주문한다.
*큰 게임에 승리한 후 동전 계산은 보조한다.
*철저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하여 겐세이와 알 치기를 병행한다.
*어려운 공은 긴 인터벌로 상대방 심기를 흩트린다.
*상대방의 삑사리는 박장대소로 응수한다.
*돈이 걸린 게임에는 친구 및 부모형제도 버린다.
당구 좀 쳐 본 사람이라면, 이런 황당한 병법에 웃음도 나오지만 고개도 끄덕여질 것이다.
아주 그냥 상대방 마음을 뒤집어 놓는 전략이니까.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양아치들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용을 글로 적다 보니, 당구 용어에 일본어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나온 일본어 관련 용어를 간단히 알아보자.
■당구 속 일본어(일본식 당구용어)
*후루쿠
: 이것은 일본어에서 온 것이 아니고 영어에서 왔다.
Fluke 요행
'요행'을 의미 Fluke를 일본식 발음으로 '후루쿠'라고 부르게 되었다.
당구에서 '후루쿠'는 자신이 원래 하려고 하는 기술로 성공한 것이 아닌 요행으로 전혀 의도치 않게 득점한 경우를 말한다.
*겐세이
: 겐세이는 일본어 牽制(견제)이다. 일본어 발음 그대로 겐세이로 읽으며 당구장에서의 구체적인 뜻은 '상대방이 공격할 때 집중력을 흩트릴 목적으로 잡스러운 말과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삑사리
삑사리는 사전적 의미로 3가지의 의미가 있다.
①노래 부를 때 고음에서 음이탈 하는 것을 일컫는다.
②기타 등 현악기를 연주할 때 손가락을 잘못짚어서 틱 하고 제 소리를 못 내는 경우를 통속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③당구에서 큐가 미끄러져 공을 헛치는 경우를 통속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실제 당구에서 삑사리가 나는 경우는 진짜로 큐대에서 '삑'하고 소리가 난다.
일본식 당구용어가 많은 것은 아마도 이 스포츠가 일본에서 유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외에도 '오시', '히키', '우라', '히네리' 등 많지만 오늘은 당구병법에 나온 것만 설명하는 것으로 마치겠다.
암튼 아들과의 당구는 재미있었다.
하나하나 내가 아는 당구에 대해서 알려주고 자세도 가르쳐주었다.
꽤 잘 따라 하는 아들을 보며 살짝 웃었다.
'금방 실력이 늘겠는데.'
아참, 이 말은 꼭 했다.
"당구는 신사의 게임이다. 매너를 지켜야 한다."
벽에 붙어 있는 당구병법을 철저히 등지고 서서 말했다.
그래도 아들아 잊지 마라.
당구는 지는 사람이 게임비를 낸단다. 꼭 이겨야 해.
'당구병법, 가르쳐야 하나...?'
행복한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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