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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점심을 먹으러 어느 중국 음식점에 들렀다가 벽에 걸린 한시를 보았다.
등관작루(登鸛雀樓).
밝은 해는 산자락을 따라 저물어 가고
황하는 바다를 향해 흘러드는데
천리 밖을 더 내다보기 위해서
높이 한걸음 더 올라가네
먼 옛 사람, 당나라의 시인 왕지환은 기상이 높은 사람이었나 보다.
천리 밖을 더 내다보고자 다시 한 층을 오른다니.
2021년을 살아가는 나는, 그런 기상이 있는가?
마스크를 쓰고 오늘의 메뉴, 새우 볶은밥을 기다리는 나는, 오를 관작루가 있는가?
식하초반(食蝦炒飯)
시간은 무한하고
삶은 유한한데
오늘 한 끼 해결하는데 바쁜 난
무한 속 유한의 점 하나 찍기 어렵네
맛있게 먹은 새우 볶은밥이 민망하여
나름 엇비스므리 읊조리며 계산대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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