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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 일본어

망년회 일본말? 망년회의 어원을 알아보자

by 휴식맨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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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역시나 12월은 송년회의 달.

조금 유명하다는 맛집들은 예약이 꽉 찼다. 아직 11월인데 말이다.

어쩌나...! (빨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마음을 편안하게 갖기로 했다.

돈을 쓰는 자리고, 아직은 뭐 시간이 있으니 찾으면 찾을 수 있다는 생각.

송년회.

사케를 권하는 그녀
사케를 권하는 그녀

잠시 송년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은 송년회라는 말이 정착되었지만, 예전에는 '망년회'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였다.

그랬던 것이 어느 때부터 금기시되었다.

 

망년회는 일본말이다!

일본의 잔재를 없애야 한다!

 

방송가에서 이 용어를 금기시했다. 대신 '송년회'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권장하였다.

그런 노력으로 이제는 망년회라는 말을 거의 사라졌고, 어르신이라 불리는 몇몇 노인분들만이 사용하는 사장어가 되었다.

망년회는 정말 일본에서 온 말일까?

찾아보았다.

 

망년회가 일본말에서 왔다고?

 

사실이다.

망년회는 忘年会라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망(忘)은 잊다. 일본어 발음으로 ぼう(보우)라고 한다. 이건 음독이고, 훈독으로는 わすれる(와스레루)가 되겠다.

忘年会(ぼうねんかい) 보넨카이.

즉, 망년회란 '한 해를 잊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한 해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다 잊고, 새해는 새롭게 잘 시작하자는 술자리 모임이다.

 

 

일본에서 망년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찾아보니, 그 기원은 가마쿠라시대에 열린 年忘れ會(としわすれかい)라고 한다.

'토시와스레카이'

말 그대로 '한해를 잊는 모임'이다.

그런데 그 당시는 지금처럼 술을 마시는 모임이 아니라, 전통 시가인 連歌(렌가)를 읊는 모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서민이 아닌, 귀족이나 무사들만의 모임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술자리를 하는 모임으로 바뀐 것은 에도시대부터였다고.

1년 동안의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해 서민들이 술잔을 주고받는 酌み交わす(쿠미가와쓰) 모임을 열었던 것이 계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는 또 무사계급은 이런 망년회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망년회가 아닌 주군을 위한 충성다짐인 신년회를 했다고.

그럼 지금과 같은 모두가 함께 하는 술자리 형태의 망년회는 언제부터였을까?

그것은 바로 메이지 시대부터라고 한다.

특히 연말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나, 연말 보너스를 받고 한 잔 하고 싶은 관료들이 주로 망년회를 했었고, 일반 서민들 모두도 한해를 잊자는 취지에서 망년회라는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생맥주를 마시는 그녀
생맥주를 마시는 그녀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였을까?

당연히 일제강점기라는 불운한 식민지 시대를 지나야 했던 우리로서는 그 당시에 자연스럽게 일본의 망년회 문화가 정착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름은 망년회에서 송년회로 바뀌었지만, 그 형태나 취지는 동일하다.

일제의 잔재이니 없애야 한다?

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사람 사는 세상, 누구나 한 해 있었던 잊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런 시름들 모두 한 잔 술에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2024년도 참 다사다난했다. 그중에서 좋지 않은 것은 송년회 술자리로 모두 털어버렸으면 한다.

오늘은 연말 모임 예약을 하다가, 불현듯 송년회(망년회)를 공부하였다.

재미있었다. 모든 말에는 그 어원이 있고 역사가 있다.

찾아보다 보면 그 재미에 쏙 빠진다.

재미있는 세상, 재미있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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