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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 일본어

미나즈키 유래를 알아보자

by 휴식맨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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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겼다.

"그러게요. 나고시노하라에라고 해서, 옛날 귀족들은 6월 말에 얼음을 입에 물고 더위를 쫓았다네요. 앞으로 올여름 더위를 잘 견뎌보자고 기합을 넣는 거지요. 글치만 옛날에는 얼음이 억수로 고급품이어서 서민들은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하얀 우이로를 세모 모양으로 잘라서 얼음 흉내를 낸 거지요."

'월요일의 말차 카페'라는 책에서 타즈 할머니가 일본 전통과자 화과자의 하나를 설명해 주는 말이다.

水無月.

투명 접시 위에 미나즈키(水無月)가 2개 올려져 있다
미나즈키(水無月)

일본어를 조금 안다고 하는 나이지만, 한자를 읽을 때 매번 느끼는 것은 '일본어 참 어렵다.'이다.

위의 한자는 정말 쉬운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을 의미하는 수(水)와 없음을 의미하는 무(無), 그리고 달을 의미하는 월(月)이다.

水無月.

어떻게 읽을까?

'미나즈키'라고 읽는다.

水는 '미즈'인데, 여기에서 '미'만을 따오고, 無는 '나시'인데 여기서 '나'만을 따왔다.

그리고 月은 '즈키' 그대로 전체를 사용하여 '마나즈키'를 완성하였다.

참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본어다.

오늘은 이왕 미나즈키를 언급했으니, 미나즈키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겠다.

■미나즈키(水無月) 유래

앞서 타즈 할머니가 미나즈키에 대해 설명을 해줬지만, 좀 알아보자.

일본에는 6월 30일(예전에는 음력 6월 30일이었다.)에 '여름 나기 액막이 행사'가 있다.

그 이름은 '나고시노 하라에(夏越祓)'.

신사 앞에 만들어진 나고시노 하라에를 위한 동그라미 조형물
신사 앞에 만들어진 나고시노 하라에를 위한 동그라미 조형물

지나온 반년동안의 죄를 씻고, 앞으로 남은 반년의 무탈함을 기원하는 행사인데, 신사 입구에 동그라미를 만들어 이것을 통과하고서 '미나즈키'를 먹는다.

이때 먹는 '미나즈키'는 하얀 '우이로'라는 떡 위에 팥을 올려서 삼각형으로 자른 일본 전통과자이다.

하얀색의 우이로는 얼음의 상징이며 더위를 이겨내는 의미를 담고 있고, 올려진 팥은 귀신과 악운을 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타즈 할머니의 설명처럼 옛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빙실(氷室 히무로)에서 얼음을 꺼내 먹으며 여름 더위를 쫓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서민들은 귀한 얼음 대신에 하얀 우이로를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얼음 흉내를 낸 것에서 '미나즈키'라는 일본 전통과자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을 깨닫고 피식, 웃음이 났다.

과거에 귀하던 얼음은 현재에는 흔하고, 과거에 얼음을 대신하던 미나즈키는 현재 얼음보다 훨씬 귀한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존재의 가치도 변해가는 것이겠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그 흔한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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