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가끔 해보곤 하지만, 번역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아마도 농담(조크) 일 것이다.
특히나 현재 흥행이 지속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에서, 상우와 기훈 사이에 이런 대화가 있었다.
빚이 60억이나 된다는 상우의 말에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빚을 질 수 있느냐는 기훈의 물음 다음의 대화이다.
상우: 주식은 크지 않고... 선물을 했어.
기훈: 선물? 선물로 그 돈을 썼어? 아니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거야? 여자 생겼냐?
상우가 말하는 '선물'은 주식시장에서 사용되는 '선물거래'를 의미하고, 지훈이 받아들인 선물은 진짜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차이를 알기에 이 둘의 대화를 들으며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라면 이 '선물'이라는 동음이의어를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상우가 말하는 주식시장 용어인 선물은 일본어로 아래와 같다.
先物取引(さきものとりひき)
'사키모노 도리히키'라고 하며, 말 그대로 '선물거래'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키모노 도리히키'로는 상우와 기훈이 나눈 저 웃긴 대화를 전달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일본어 더빙판은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하다.
일본어 더빙판은 아래와 같다.
상우: 파생상품(데리바티브 デリバティブ)을 했어.
기훈: 배달(デリバリー)? 배달(出前)을 얼마나 시켰길래 그렇게까지 비용이 쌓인 거야? 뭐 시킨 거임?
참 번역한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발음의 많은 단어들 속에서 또한 웃음을 줄 수 있는 단어를 찾아 포인트를 주었다는 것에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 싶다.
데리바티브 デリバティブ는 영어 derivative이다.
우리 발음으로는 '디리버티브' 금융 파생상품이다.
이것을 데리바리 デリバリー delivery와 매칭을 시켰다.
즉 파생상품을 배달과 매칭하여 웃음 포인트를 그대로 살렸다.
지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번역의 힘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아무리 잘 번역한다고 해도 원어의 그 맛을 다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또 음악이 전 세계에 퍼져나간다면, 한국어를 제대로 번역하고자 하는 노력들 또한 더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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