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 하나.
일본에는 돼지띠가 없다.
즉, 돼지의 해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럼 돼지의 해는 무슨 해냐고 물었더니. "イノシシの年です。"라고 답했다.
イノシシ 이노시시, 멧돼지다.
멧돼지의 해라고?
또 하나의 공부가 주어졌다.
■일본이 돼지해가 아닌 멧돼지해인 사연은 뭘까?
특별히, 없다.
그냥 멧돼지해다.
그런데 한사코 알아보니, 몇 가지 가설은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정설로 꼽히는 것이 이것이다.
-일본에서는 돼지를 기르는 양돈 기법이 정착된 것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늦었다. (4세기 정도)
이유는 섬나라 일본에는 멧돼지가 많았고 굳이 기르지 않아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냥을 할 수 있었기에 양돈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따라서 중국으로부터 십이지가 들어올 때, 돼지가 아닌 멧돼지가 당연히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일본에서 십이지의 막둥이 멧돼지는 '목표를 향해서 돌진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돼지처럼 '돈'과 '풍요'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돼지이기에 당연히 일본도 그런 줄 알았는데, 조금 놀랐다.
중국의 영향, 한자문화의 영향을 받는 국가는 십이지 문화를 갖고 있고, 그 동물도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달랐다.
좀 더 공부해 보니, 일본 외에도 더 많은 국가가 있었다.
러시아, 몽골, 불가리아, 인도가 일본처럼 돼지가 아닌 멧돼지가 십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충격적인 사실.
토끼가 아닌 고양이가 들어가는 나라도 있었다. 태국, 티베트, 베트남은 토끼 대신 고양이가 십이지 동물이었다. 와우!
그런데 독특한 십이지의 최고봉은 몽골이 아닐까 싶다.
몽골은 호랑이 대신 고양이란다. 와...!
세상이 참 다양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릴 때부터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를 외우며, 그 동물들을 배웠던 나는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또한 국가마다 달랐다.
재밌다.
이처럼 세상은 다양하다.
나만의 세상, 우리만의 세상에 갇히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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