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다 읽은 소설은 오랜만이다.
그만큼 그리 길지 않았다. 아니면 작가의 글솜씨가 좋았기 때문일 수도.
80여 년 전에 쓰인 글인데도 매끄럽게 읽히는 것이 거장의 저력이라 하겠다. 다만 불편했다.
공감하지 못하는 불편함.
주인공이 세상에 속하지 못한 것처럼 나 또한 주인공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니, 허투루 읽지 않으려 노력했건만.
읽고 난 후의 내 솔직한 마음은 '그다지...'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뫼르소가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양로원을 찾아간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온 다음날,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마리를 만나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함께 밤을 보낸다. 또한 우연히 가까워진 친구 레이몽의 싸움에 휘말려 그 친구를 다치게 한 아랍인을 아무런 적의도 없이 권총으로 쏘아 죽인다. 여기까지가 1부.
2부는 이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을 다룬다.
검사와 변호사, 재판장과 배심원들, 간수들, 신문기사들, 증인들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당사자인 뫼르소는 관찰자라는 것이다.
자신조차도 잘 모르는 자신에 대해, '악'이라 말하는 검사와 '선'이고 범죄는 우연의 결과라고 말하는 변호사.
그 누구도 자신에 대해 모른다.
결과는 '악'이라고 말한 검사의 승.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를 찾아온 신부와 언쟁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논거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이 소설의 핵심은 줄거리에 있지 않다.
재판장이 살인이라는 행동을 야기시킨 동기를 밝히라는 대목에서 뫼르소가 겨우 꺼낸 것이 "태양 때문.."이라니.
엉뚱하게도 나는 이때 심수봉의 노래 '젊은 태양'의 가사가 떠올랐다.
♪햇빛 쏟는 거리에서 그대 그대
고독을 느껴보았나 그대 그대
우리는 너나없는 이방인
왜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뫼르소는 언제나 단절되어 있고, 고독한 존재다.
그러한 그에게는 뜨거운 태양도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고, 그 또한 그에게 의미 없는 이유일뿐이다.
마치 마리가 그녀를 사랑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그가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지만 아마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처럼.
어머니의 죽음조차도 그에게 상실감을 주지 못했다. 그저 그는 그곳에서 이방인일 뿐. 이방인의 눈으로 그곳의 관찰자였을 뿐이었다.
윤리? 신념? 종교?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신부를 만나 격발한 마음의 토로.
"그의 신념이란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가치도 없다.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빈손인 것처럼 보이지만 확신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에 대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 신부보다 더 확신이 있다."
이처럼 뫼르소가 확신을 얻게 되는 데는 죽음이 있다.
또한 가만히 이 소설을 들여다보면, 3개의 죽음이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
자연사(어머니의 죽음), 살인(아랍인의 죽음), 사형(자신의 죽음)
뫼르소는 우리 모두 사형수라고 말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그는 행복을 느낀다.
-별들이 가득 찬 이 밤 앞에서 처음으로 이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이 세계가 이렇게도 나와 비슷하고 사실상 형제 같음을 느끼게 되니, 나는 행복했었고 또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필연적인 죽음 때문에 오히려 드높아진 것은 삶의 가치다.
-마지막 생의 극치를 위하여 내가 덜 외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끔 내 사형이 집행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증오에 찬 고함소리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어렵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정말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찬 것일까?'
깊이를 알 수 없는 질문이 나에게 스며들고 있다. 무겁게 더 무겁게...
*
이렇게 읽고 난 소감을 마치려 했지만, 방향을 조금 바꿨다. 심플하게.
결국 카뮈가 이방인이라는 소설을 통해, 주인공인 뫼르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게 아닐까?
"인생, 어차피 독고다이다"
이효리의 말마따나, 삶의 주체인 개인은 어차피 혼자다.
혼자 삶을 마주하고, 결국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
혼자서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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