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딸이 물었다.
"테루테루보즈가 뭐예요?"
턱, 말문이 막혔다.
'보즈'라면 어린 스님이나 중, 또는 빡빡머리를 뜻하는 말일 테다.
'밋까보즈'라고 하면, '작심삼일'을 뜻하는 말이니.
그런데 '테루테루'?
"응. 공부하고 바로 알려줄게."
내일이 일본어 시험이라고 관련 공부를 하는 녀석이다. 시간은 금이니, 얼른 찾아보고 알려줬다.
딸에게 알려 준 테루테루보즈에 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간략하게 적어본다.
■테루테루보즈
일본어로 이렇게 쓴다.
てるてる坊主
뜻은, '비가 멈추고 날이 맑게 개길 바라는 의미로 걸어 두는 인형'이다.
坊主(보즈)는 앞서 언급한 대로, 어린 스님(동자승)이나 어린아이,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앞에 있는 てるてる는 뭘까?
한자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照る(테루)의 반복. 즉 (해가) 비추다, (날이) 개다는 의미다.
그냥 테루테루보즈의 실제 모습을 보자.
실제 모습을 보니, 바로 이해가 된다. 왜 테루테루보즈인지.
에도 시대부터 시작된 풍습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하얀 천 위에 동그란 것을 넣어 감싼 뒤 실로 묶어 창에 매다는 것이다. 사람의 형상이기에 눈과 코와 입을 그려 넣는 경우가 많지만, 그리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특이한 것은 이것은 일반 시중에서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여행을 가도 아마 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냥 집에서 직접 만드는 부적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부적은 없을까?
있다.
바로 '아메아메보즈' 또는 '루테루테보즈'다.
루테루테보즈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 그냥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매달면 되는 것이다.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매달면 비가 내리게 하는 부적이 된다니, 실 없이 웃음이 난다.
테루테루보즈에 관련된 살벌한 설화를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테루테루보즈 설화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인 마을이 있었다.
하루는 마을을 지나던 스님이 말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부처님께 공양을 한다면 비가 멈출 것이요."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인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말대로 모두 공양을 바쳤다.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치지 않는 비에 격분한 마을 사람들은 스님을 붙잡아 흰 천을 스님의 머리에 뒤집어 씌운 뒤 목을 매달아 죽였다. 그러자 비가 그쳤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을 죽였다는 죄책감도 잊은 채 좋아했다. 하지만 비가 그친 하늘은 이후 다시는 비를 내리지 않았다. 가뭄으로 농작물을 말라죽었고, 결국 황폐화된 마을에서 사람들을 모두 떠나야만 했다.
테루테루보즈의 모양을 보면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살벌하긴 하다.
좀 더 귀엽고 재미있는 설화였으면 좋으련만.
설화를 알고서 테루테루보즈를 다시 보니, 싸~안 느낌이다.
지금은 장마철.
테루테루보즈가 아닌 아메아메보즈를 걸어야겠다. 최대한 귀엽게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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