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1월이다.
또 어떤 즐겁고 흥미로운 일들이 내게 올까?
두근두근 심장이 설레고 있다.
1월의 차오르는 감성들을 시로 만나보자.
아래는 읽고 좋았던 시들을 모은 것이다.
■1월의 좋은 시 모음
1월
- 박인건
삼백 육십 오리의 출발선에서
이미 호각은 울렸다.
힘차게 달리는 사람과
천천히 걷는 사람과
이제 첫 걸음을 떼는 틈에서
나도 이미 뛰고 있다.
출발이 빠르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걸음이 더디다고
꼴찌를 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핀 꽃이 일찍 시들고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기도 하다.
머나 먼 미로에
네비게이션 없이 가는 나그네
절망의 숲을 통과한 후
메마른 대지를 터벅걸다
그 지루한 날들을 견디며
컴컴한 밤길이 두려워도
밤하늘의 별 빛을 따라
새 아침의 그날을 맞아야 한다.
마음은 이미 확정되었고
의지는 쇠보다 단단하다.
태양은 활짝 웃고
언 나무들도 기지개를 편다.
창공을 나는 새들과 함께
몸은 종이처럼 가볍다.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1월의 해와 하늘
- 안재동
수십 억 년쯤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세월
날마다 변함없이 뜨고 지는 해
해는 똑같은 해인데
12월에 떠오르는 해는
낡아 보이고
1월에 떠오르는 해는
새로워 보인다
사랑과 미움
적고 동지
아름다움과 추함
빠름과 느림
배부름과 배고픔
편안함과 불편함
강인함과 나약함...
본질은 같으나
느낌에 따라 달라 보이는 그 무엇들,
세상에 너무 많은
1월 어느 날의 청명한 하늘,
12월 어느 날의 청명했던 바로 그
하늘이 아닌
정월의 노래
- 신경림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이 쉬 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새해 아침에
- 정연복
인생은 더러 쓸쓸해도
참 아름다운 것
벌써 오십 년을
넘게 살고서도
새해는 맞이할 때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
미묘한 떨림이 있는 것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꿈틀대기 때문
내가 보듬어야 할 가족들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 생각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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