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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11월의 시 2 좋은 시 모음(이채, 김용택, 홍경임, 윤보영)

by 휴식맨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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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코 앞에 두고 북한강과 홍천에 다녀왔다.

일명 가을여행.

가을 향기 물씬나는 풍경에 마음이 둥둥 떠올랐다.

가을은 역시 색감이 있고, 거기에 스미는 마음이 있다.

그런 마음들을 담은 시 몇 편을 소개한다.

 

 

11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가을산의 단풍

천 번을 접은 가슴 물소리 깊어도

바람소리 깃드는 밤이면

홀로 선 마음이 서글퍼라

 

청춘의 가을은 붉기만 하더니

중년의 가을은 낙엽 지는 소리

옛 가을 이젯 가을 다를 바 없고

사람 늙어감에 고금이 같거늘

나는 왜, 길도 없이

빈 들녘 바람처럼 서있는가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원한 내 소유가 어디 있을까

저 나무를 보라

가만가만 유전을 전해주는

저 낙엽을 보라

 

그러나

어느 한 순간도

어느 한 사람도

살아감에 무의미한 것은 없으리

다만 더 낮아져야 함을 알뿐이다.

 

 

11월의 노래

-김용택

눈 앞에 북한강이 흐르고, 그 뒤로 가을 산이 물들은 풍경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을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11月

- 홍경임

가을걷이 끝낸 들판과 그 뒤로 보이는 가을산이 예쁘다

추수 끝낸 들판

찬바람이 홰를 치고

 

바라보이는 먼 산들

채색옷 단장을 하고는

먼데서 오는 손님을 기다린다

 

잎을 지운 나무 위에

까치집만 덩그마니

11月 가로수 은행나무

줄을 서서 몇 뼘 남은 햇살에

마냥 졸고 있다

 

채마밭 식구들 실한 몸매를 자랑하며

초대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길 옆 목장 젖소들 등마루에

남은 가을이 잠시 머문다.

 

 

11월의 선물

- 윤보영

낙엽이 떨어진 산 중턱 어느 길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이 흐르는 11월입니다.

 

가을이 봄과 여름을 데리고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고

겨울을 데리고

12월이 가까이 있다고

 

올해도

또 가지 끝에 남아있다

떨어진 나뭇잎처럼

의미없이 지나가게 될 11월

 

홀로선 나무줄기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고

씨앗을 품고 있는 대지도

새싹 틔울 꿈에 젖어 있는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 안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제 차 한 잔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

 

11월 마지막 날에

내가 나에게 선물 하겠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선물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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