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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2월의 시 모음/함영숙, 김종해, 서윤덕, 홍수희, 임우성, 강영은

by 휴식맨 202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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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시

 

-함영숙

봄을 맞이하는 마음
360봄을 맞이하는 마음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 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밤낮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 밀치고

꿈틀 꼼지락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

 

자기 꼬리의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 사래 떤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2월의 발걸음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2월

 

- 서윤덕

벌써 꽃 피운 동백
벌써 꽃 피운 동백

 

 

봄맞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음 아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동백꽃 망울 기재개 켜는 모습

상급학교에 갈 채비하며

의젓함을 여미는 이월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다가

아지랑이와 함께 오는 훈풍에 꼬리 내린다

봄맞이 길을 여는 이월 고맙다

 

 

 

2월의 시

 

- 홍수희

봄은 그래도 온다
봄은 그래도 온다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도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기꺼이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2월

 

- 임우성

이 순간 사랑 속에 살고 싶어
이 순간 사랑 속에 살고 싶어

뭔 놈의 달이

스므 여드레밖에 되지 않아

뭔가를 좀 해보려고

그렬려고 그러는데

달이 다 가버리고 말았다

 

가당찮은 핑계

터무니없는 구실로

속절없이 보낸

또 한 달을 변명하고

책꽂이에 두고 눈길만 스쳤던

시집에 쌓인 먼지를 털었다

 

맹물 같은 시 두어편을 읽고

노트북을 열었다

단어 하나가 바위처럼 가슴을 짓눌렀다

삼월

 

예기치 않은 어려운 손님처럼

불쑥 다가와 버티고 선

이 삼월을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2월

 

- 강영은

눈 속에 홍매화가 피었다
눈 속에 홍매화가 피었다

2월은 박하사탕처럼 돌아온다

언 땅을 두드려 가만히 입술을 대면

어린 싹들이 밀어내는

진한 파~스 향기

서늘하고 쿨한 한 장의 케토톱처럼

뜨겁게 대지를 껴안는다

 

툭 툭, 관절이 풀리는 소리

뜨거움 만이

상처를 끌어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아픔을 이겨내어 돌아오는

무릎을 보라

먼저 봄이 되어 글썽이는

그들은 알리라

 

2월의 속살이 왜 그리 싸늘한지

박하향 가득한 기억을 더듬으면

차거움의 절정에서 돋아난

뜨거운 흔적,

몇 닢의 새 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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