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건강

12월의 시, 겨울시 모음

by 휴식맨 2022. 11. 28.
반응형

12월을 맞으며

김영국

12월의 단풍

다 타고만 붉은 단풍이

한 줌의 재로 남은 가을이 진다

홀연히 길떠나는 11월

그리움만 남겨둔 채 떠나보내고

하얀 눈 꽃송이 날리는 12월을 맞이하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아름다운 추억들

접어 두었던 이상의 꿈들을

12월을 맞이하여

마음속에 평안과 행복

결실의 알곡으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성탄의 축복이 깃든 12월

새로운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새해를 준비하는 희망으로

마음속의 묵은 때 말끔히 씻어 버리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겸허하게 12월을 품에 안으련다

 

 

 

세모

엄원태

초저녁 별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12월

곽춘진

마지막 달 12월의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

너 올 때 슬그머니

내게 왔듯

떠나야 하는 지금 이달

그러고 보니

나 또한 혼자서 너를 만나

지내 온 열 두 달의 끝달, 12월

이제 가야하는 마지막의

인사로

너를 혼자 보낼려는데

그런데

그사이 아마도 내가 너를

사랑했었나 보다

이렇게 미련 남는 것 보니

그래도 이젠 가야할 시간, 열두 달

붙잡을 새 없이 붙잡을 수 없이

가야한다니

내 이제 서러운 마음으로

너를 보낸다.

 

 

 

겨울 사랑

문정희

하얀 눈밭

눈송이 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 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12월

오세영

새벽의 눈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이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12월의 시

최홍윤

앙상한 나목에 눈이 덮힌 모습

바람이 부네

살아 있음이 고맙고

더 오래 살아야겠네

 

나이가 들어 할 일은 많은데

짧은 해로 초조해지다

긴긴밤에 회안이 깊네

 

나목도 다 버리며

겨울의 하얀 눈을 기다리고

푸른 솔은 계절을 잊고

한결같이 바람을 맞는데

 

살아 움직이는 것만

숨죽이며 종종걸음치네

 

세월 비집고

바람에 타다

버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데

시간은 언제나 내 마음의 여울목

 

세월이여

이제 한결같은 삶이게 하소서

 

 

 

12월의 꽃

강순구

겨울에 피어 난 철쭉 꽃

가을과

겨울날이

상견례 치루는 날

 

가늘고 애처로운

몸매로 목을 빼며

 

햇빛을 한모금 한모금

마시려고 애를 쓰네

 

찬바람 뼛속끝에

헤집고 들어오니

 

수줍어 눈인사도

못하고 몸 가눈다

 

어쩌다 12월 겨울에

피어나서 고생일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