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쌀쌀하지만, 나뭇가지 사이 꽃망울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화려한 계절 봄.
그 향연 준비가 물밑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봄.
생각만 해도 설레이는 봄.
봄을 노래한 시들을 읽어 본다.
■봄 시 모음
혼자서
- 나태주
무리지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가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 잎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 새가 앉는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꽃이면 된다
- 김승기
잘났다 못났다 따지지 마라
어떻게 피고 지는지 묻지도 마라
너만을 향해 웃어주길 바라지 마라
그냥 꽃이면 된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
늘 거기서 그렇게 피었다 지는
꽃이면 된다
무엇이 되어줄까
어떤 의미를 두어 부르지 마라
얼마큼 준다 받는다 재지도 마라
눈물도 웃음도 말하지 마라
그냥 꽃이면 된다
외롭고 그리울 때
그저 마주볼 수 있는
바라만 볼 수 있어도 좋은
꽃이면 된다
봄이 오는 길목
- 김근이
아직은
옷깃 여미게 하는
새벽
찬바람 속으로
가만가만 내리는
실비가
봄을 깨우고 간다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으로
뜰에 나서면
토닥이며
봄을 깨우는
빗방울 소리
못다 이룬 꿈
봄이 오는 길목에
내려놓으면
봄과 함께 피어날까
돌아가는 계절의
아쉬움이
내려앉는 길목
넋을 잃고 섰다.
이 봄에는
- 송정숙
꽃들이, 잎들이 돋아나는 이 봄에는
누구라도 외롭지 않다
나도 잔치국수 끓여
이 친구 저 친구 불러 꽃이 되고 싶다
바람 불어오면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 보면 구름 되고
어디라도 즐거움으로 가득하니
이 봄철, 어느 누가 외롭겠나
오직 꽃피우기 바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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