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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마음을 두드리는 '봄 시' 모음/ 나태주, 천양희, 김승기, 김근이, 송정숙

by 휴식맨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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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하지만, 나뭇가지 사이 꽃망울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화려한 계절 봄.

그 향연 준비가 물밑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봄.

생각만 해도 설레이는 봄.

봄을 노래한 시들을 읽어 본다.

■봄 시 모음

혼자서

 

- 나태주

할미꽃의 꽃대가 땅 속에서 움트고 있다

 

무리지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가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거실의 화초가 오렌지 색으로 활짝 피었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 잎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 새가 앉는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꽃이면 된다

 

- 김승기

매화꽃들이 가지에서 하나씩 만개하고 있다

 

잘났다 못났다 따지지 마라

어떻게 피고 지는지 묻지도 마라

너만을 향해 웃어주길 바라지 마라

그냥 꽃이면 된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

늘 거기서 그렇게 피었다 지는

꽃이면 된다

 

무엇이 되어줄까

어떤 의미를 두어 부르지 마라

얼마큼 준다 받는다 재지도 마라

눈물도 웃음도 말하지 마라

그냥 꽃이면 된다

 

외롭고 그리울 때

그저 마주볼 수 있는

바라만 볼 수 있어도 좋은

꽃이면 된다

 

 

 

 

봄이 오는 길목

 

- 김근이

봄의 햇살을 받아 땅에 초록색 봄나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아직은

옷깃 여미게 하는

새벽

찬바람 속으로

가만가만 내리는

실비가

봄을 깨우고 간다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으로

뜰에 나서면

토닥이며

봄을 깨우는

빗방울 소리

 

못다 이룬 꿈

봄이 오는 길목에

내려놓으면

봄과 함께 피어날까

 

돌아가는 계절의

아쉬움이

내려앉는 길목

넋을 잃고 섰다.

 

 

 

 

이 봄에는

 

- 송정숙

시골 들녘의 매화가 활짝 피었다

 

꽃들이, 잎들이 돋아나는 이 봄에는

누구라도 외롭지 않다

 

나도 잔치국수 끓여

이 친구 저 친구 불러 꽃이 되고 싶다

 

바람 불어오면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 보면 구름 되고

 

어디라도 즐거움으로 가득하니

이 봄철, 어느 누가 외롭겠나

 

오직 꽃피우기 바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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