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가 초록으로 변하고, 초록이 더 짙어지고 있다.
햇살은 또 어떠한가.
왜 5월이 계절의 여왕인지, 우리를 납득시킨다.
5월.
바라보는 것만으로 벅차오르는 달.
시인들은 5월을 어떻게 노래했을까?
문득, 궁금하다.
■5월의 좋은 시 모음
오월 민들레
- 도종환
내가 이름 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 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내가 이렇게 홀로 피어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이 세상 모든 꽃들도 제 홀로는 다 그렇게 있는 까닭입니다
풀과 꽃들이 모두 그렇게 있을 곳에 있듯이
당신과 나도 그렇게 있는 것입니다
날이 저물고 나의 시절도 다하여
조용히 내 몸 시들고 있어도 서럽지 않은 것은
당신도 그렇게 피었다 말없이 당신의 길을 간 때문입니다
5월의 다짐
-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5월
- 용혜원
오월
초록이 좋아서
봄 여행을 떠난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이
가슴에 가득하다
오월
하늘이 좋아서
발길을 따라 걷는다
초록 보리 자라는 모습이
희망으로 다가와
들길을 말없이 걸어간다
오월 찬가
- 오순화
연두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 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 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5월의 시
- 이문희
토끼풀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속에 들어가
빛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 꽃 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 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 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종이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5월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멋진 선물을 받았으니, 좋을 수밖에.
마음껏 기뻐하고, 마음껏 웃자.
그게 선물 받은 우리들의 표현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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