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것이 봄이라고.
어느덧 4월도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찬란한 봄이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봄이기에, 그래서 더 슬퍼지는 걸까.
주말, 자전거를 타고 나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벌써 봄이 그립다.
오늘은 봄과 봄꽃에 관한 시들을 모아보았다.
■봄, 봄꽃 시 모음
4월의 꽃
- 남정림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반가운 꽃은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달콤한 꽃은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
그 꽃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 꽃
바로 너
봄의 사람
- 나태주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글몽글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 쉬는 네가 좋아.
꽃을 따르라
- 정호승
돈을 따르지 말고
꽃을 따르라
봄날에 피는 꽃을 따르지 말고
봄날의 지는 꽃을 따라라
벚꽃을 보라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꽃잎에
봄의 슬픔마저 찬란하지 않느냐
돈을 따르지 말고
지는 꽃을 따르라
사람이 지는 꽃을 따를 때
가장 아름답다
벚꽃의 생
- 정연복
아무리 길게 살아도
밋밋한 생은 싫다
단 며칠 동안의
짧은 생일지라도
온몸으로 뜨겁게
온 가슴으로 열렬하게
화끈하게 살다가
미련없이 죽고 싶다
딱 며칠만
세상에 있다가 없어지지만
그 있음과 없음이
하나도 초라하지 않은
벚꽃같이
그냥 벚꽃같이
봄날은 간다
- 구양숙
이렇듯 흐린 날에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내가 더 예쁘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봄과 봄꽃에 관한 시들을 적고 있으니, 마음 구석으로 아쉬움이 스며든다.
그러나, 아직이다.
아직, 봄이다.
아직, 꽃이 있다.
나가자. 문밖에 있는 봄을 맞으러.
커피 잔을 내려놓고, 두 팔을 벌려 한껏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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