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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6월의 시 모음/ 오순화 "유월사랑" 목필균 "6월의 달력" 오세영 "6월" 이해인 "6월엔 내가" 이채 "6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by 휴식맨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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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이다.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가속화되고 있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는 이론이 곧 발표될 지도 모를 일이다.

따스하다 못해 따가운 햇살을 느끼며, 6월이 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오늘이다.

6월.

많은 사유의 시간들을 보낸 시인들의 글을 만나보자

 

 

유월사랑

 

- 오순화

들판 언덕위에 하얗게 피어있는 찔레꽃
들판 언덕위에서 하얗게 피어있는 찔레꽃을 만나다

 

아카시 꽃이 나무그늘에 누워

유월이 가더라

 

밤꽃향기 달빛에 애달픈 사랑노래

남기고 지더라

 

찔레꽃 별빛아래 옛사랑

시를 쓰고 떠나더라

 

이 산

저 산 푸른 날

 

저 바다에 섬그림자 해당화 포옹하고

찔레꽃잎 데려가는 강가에

 

하얀 면사포같이 흩날리던

유월이 가더라

 

 

 

6월의 달력

 

-목필균

골목 어귀에서 만난 꽃 화원
골목 어귀에서 만난 꽃 화원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월

 

- 오세영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는 조용한 산길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는 조용한 산길을 걸었다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로 쏟는 날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은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엔 내가

 

- 이해인

일산 호수공원 장미화원에 피어있는 예쁜 장미
일산 호수공원 장미화원에 피어있는 예쁜 장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 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드려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여의도 공원에 있는 수도꼭지 조형물
여의도 공원

꿈이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그 꿈을 가꾸고 보살피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높아도 낮아도

그 바람을 가다듬으며

한 그루 꿈나무에게 정성을 다할 때

숲을 닮은 마음으로

흙을 닮은 가슴으로

햇살은 축복이요 비는 은혜입니다

 

기쁨이 클수록

눈물이 깊었음을

꽃 지는 아픔 없이는

보람의 열매도 없다는 것을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가난했고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외로웠어도

슬픔도 괴로움도 견뎌야 했던 것은

꽃 같은 당신의 삶을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누군들 방황하지 않으리오

누군들 고독하지 않으리오

방황 속에서도 돌아와 누운 밤

그 밤의 별빛은 그토록 차가웠어도

고독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아침

그 아침의 햇살은 더없이 눈부십니다

 

믿음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겸손하고

사랑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진지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인내의 걸음을 늦추지 않는 당신

그런 당신을 나는 진실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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