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포스팅을 위해서 '구글 트렌드'라는 앱에 들어가곤 한다.
어제도 잠깐 들어갔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아니 거의 나만이 안다고 생각했던 이름이 구글트렌드 2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김규나.
내가 아는 김규나 작가일까 싶어 클릭하고 들어갔다. 맞았다.
내가 아는 소설가 김규나 작가가 구글 트렌드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어떻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 아침에 읽은 그녀의 블로그 글.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적은 글.
모두가 나라의 경사라고 축하해 주고 있을 때, 오롯이 그녀만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던 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냥 축하해 주면 좋을 텐데.'
'그녀라면 이런 독한 말도 할 만하지.'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평소 그녀의 주관과 성격을 아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녀만의 글이기에 그렇겠구나 싶었는데, 그것이 페이스북이라는 매체를 통해 퍼져나갔나 보다. 비난의 글이 쏟아지고, 무수한 욕들이 댓글창을 덮었다.
일반 뉴스매체에도 기사화되면서, 뉴스 하나하나에 욕으로 장식한 댓글이 달렸다. 마치 그런 댓글을 바랐던 것처럼, 기사는 그녀의 문장 하나하나를 낱낱이 공개했다.
일기처럼 쓴, 푸념처럼 쓴 그녀의 글로 그녀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은 넓은 듯하나, 손끝으로 연결된 세상은 좁디좁다.
노벨문학상이란 정말 보통 상이 아니다.
그 무게감과 영광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을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여성작가로서는 아시아 최초로 수상하게 되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많은 이들이 축하하고 기뻐하고 있다.
그냥 축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 다른 생각은 있을 수 있다.
작가 한강의 다른 작품들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채식주의자'는 읽어보았다.
솔직히 공감이 되지 않았다. 문체의 아름다움과 표현력은 좋았지만, 이야기 자체에 공감하지 못했다.
나의 역량 부족일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좋은 글이냐 아니냐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권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다.
그만큼 사람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즉, 다르다.
"다르다"
요즘 나의 화두는 '다르다'에 있다.
살면서 모두의 생각이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물론 옳고 그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는 없다.
대부분은 애매하다.
이때에 필요한 것이 바로 '다르다'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였으면 한다.
모두가 기뻐해야 할 잔치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행동에 욕설을 하며, '악'으로 규정하고 죽일 듯이 몰아붙이는 것은 성숙지 못하다.
힘들겠지만, 인정하자. 다르다는 걸.
다름이 있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한 계단 위에 오를 수 있다.
하늘이 맑다.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
■김규나 프로필
출생: 1968년 12월 05일
출생지: 서울
직업: 소설가
학력: 수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6년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으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그다음 해인 2007년 단편소설 '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2005년과 2006년 수필과 소설 부문에서 문예진흥기금을 수여받았으며, 2007년에 제25회 현대수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현재는 조선일보 및 이코노믹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조선일본에 '소설 같은 세상'이란 제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인터넷 매체인 스카이데일리에 단편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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