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일본 본사의 경리부장님.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하시고 덕담을 하시던 그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왔으니 가야겠지만, 그러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
삶은 그렇게 예고도 없이 떠난다.
멍... 하니, 현세를 잠시 떠났던 나의 정신이 詩 하나 물고서 돌아왔다.
저물 무렵 무심히 어른거리는 개천의 물무늬에
하늘 한구석 뒤엉킨
하루살이 떼의 마지막 혼돈이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바라보려 한다.
뜨거웠던 대지가 몸을 식히는 소리며
바람이 푸른빛으로 지나가는 소리며
둑방의 꽃들이 차마 입을 다무는 소리며
어떤 날은 감히 그런 걸 들으려 한다.
어둠이 빛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나무의 나이테를 내 속에도 둥글게 새겨 넣으며
가만 가만히 거기 서 있으려 한다.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 하나
옹이로 박힐때까지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 나희덕 시인님의 "그런 저녁이 있다"
왜, 그랬을까?
왜, 이 시는 내게로 왔을까?
삶은 언제나 유한하다. 어둠이 오면 그 빛을 내어주고 떠난다.
사는 동안 나는 보고 들으려 한다. 그게 삶의 모습이든 죽음의 모습이든, 아니면 그 모든 것의 소리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의 이 순간도 과거로 흘러갈 뿐, 어둠은 모두에게 찾아온다.
잠시만 눈 돌리면 그곳에 있다.
나무의 나이테가 쌓이듯 내 나이의 테두리도 짙어졌다.
앞만 바라보던 눈은 초점을 잃고, 잠시 감아 뒤를 보지만, 다시 갈 수 없는 곳.
여전히 우리는 無常의 시공간에 있다.
그분의 명복을 빈다.
어둠이 빛을 지워 밤이 되더라도...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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