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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들...

불두화를 보며 / 이해인

by 휴식맨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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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만개한 불두화
불두화

불두화를 보며

 

기도가 잘 안되는 여름 오후

불두화가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다발의 희망이 피네

 

불두화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아파트 단지 앞의 불두화
아파트 단지 앞의 불두화

출근길, 탐스럽게 피어난 불두화가 눈을 사로잡았다.

초록잎과 대비되는 하얀 빛깔이 곱다.

불두화.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로 꽃이 만발해서 '불두화(佛頭花)'라고 부른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詩를 그대로 담았다.

꽃잎과 하늘과 구름과 그리고 초록의 잎새.

무엇이 급하다고 저 빛깔을 지나칠까.

무엇을 위해 이리 뛰어갈까.

 

불두화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웃자.

나도 웃고 이웃도 웃고.

산다는 건,

나와 내 이웃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도록 흐드러지게 웃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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