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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가다

신촌 대학로 (연세로) 골목여행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탐방 기록 2023. 02. 21

by 휴식맨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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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한 번, 이곳에 온다.
정확히 말하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엄마의 약처방을 받으러 온다.

오늘도 오후 2시.

예정된 시간에 나는 약처방을 받을 것이고 연세약국에서 바로 택배발송을 할 것이다.

그 시간이 오긴 전까지의 시간. 황금과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 이곳 신촌 연세로 골목여행을 택했다.

버스에서 내려 굴다리 같은 통로를 지나면 연세로가 펼쳐진다.

연세로 창천교회
연세로 창천교회

날씨가 참 좋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지 꽃샘추위가 잠시 머무는 동안, 하늘은 이렇게나 맑다.
맑은 하늘 아래 연세로가 깔끔하다.

신촌 연세로의 특이한 건물 사진

아직도 촌놈 소리를 듣는 나는, 이 건물도 특이하고 신기하여 사진에 담았다.

오늘 누비고 다닐 신촌 연세로 거리의 네이버 지도를 올린다.

신촌 대학로 지도
신촌 대학로 지도

위의 지도에서 연세로를 따라 오래된 서점인 홍익문고로 향했다.

홍익문고는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있다.

홍익문고
홍익문고

홍익문고는 1957년에 박인철 씨가 판잣집을 세 얻어서 문을 연 헌책방이다. 1987년에 '홍익책방'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재개발로 인한 철거위기가 있었지만 지역주민과 연대 동문들의 요구로 철거에서 제외되고 2014년 '서울시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있다.

홍익문고 내부
홍익문고 내부

손님이 별로 없어서 한적했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 모른다.
에세이들을 읽다가 너무 좋아서 한 권을 샀다.

홍익문고에서 구매한 책과 함께 홍익문고를 촬영한 사진
홍익문고에서 구매한 책

홍익문고 앞에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알고 보니, 누구나 칠 수 있는 피아노라는데, 오늘은 비닐로 덮여 있어서 아쉬웠다.

주말이라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왜 '홍익문고'지?

홍익대는 여기서 꽤 멀다. 어쨌든 연세문고가 아닌 홍익문고다.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옛 신촌역으로 가는 길.

이게 뭐지?

신촌 그래피티 벽화터널
신촌 그래피티 벽화터널

신촌 그래피티 벽화터널.

옛 신촌역사에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쪽으로 뚫린 지하보도에 그려진 벽화들.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강했다.

알아보니, '서울시 공익사업 벽화랑 클린로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신촌에 온다면 꼭 한 번 와서 지하보도를 지나보길 추천한다.

이색적인 느낌이 여행자의 마음을 채워줄 것이다.

옛 신촌역사
옛 신촌역사

잠시 발길을 옮기니 위쪽에 옛 신촌역사가 있다.

역사 옆 안내 표지판에 옛 신촌역사에 관한 상세 사항이 적혀 있다.

"옛 신촌역사는 1906년에 개통한 용산~신의주 간 경의선에 속한 철도역사다.
1920년대 이곳에 지은 이래 오랫동안 교외 역사로 사용하였다.
2006년 민자 역사를 지으면서 일부분을 옮겨 보존하고 있다. 역사 내부는 대합실과 역무실로 나뉘며, 역무실 일부가 열차의 출입을 통제하기 쉽도록 철로 쪽으로 돌출되어 있다. <중간 생략> 서울에 남아 있는 건물 가운데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 건물이다. 또한 1920년대 개발된 서울교외 지역의 도시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신촌 골목풍경
신촌 골목풍경

이화여대 가는 길.

큰길을 따라가지 않고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골목길.

나는 참 골목길을 좋아한다.

그냥 골목길을 걸으면 여러 이야기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정문포스터
이화여대 정문 포스터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타짜의 정마담의 한 마디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렇다.

이대다.

나는 절대 갈 수 없는 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다시 태어나면 가능하려나...? (여자로...)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파란 하늘 아래, 이화여자대학교 전경이 예쁘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

오늘을 위해서 이렇게 날씨가 화창한 것일까.

사진을 찍는 내 손길이 빨라졌다.

고풍스런 이화여자대학교 건물
고풍스런 이화여자대학교 건물

여기도 찍고, 저기도 찍었다.

이화여대 캠퍼스 풍경
이화여자대학교 풍경

따스한 햇살이 빛나는 잔디 위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있다.

참 좋다.

그런데, 이건 뭐지?

이화여자대학교 이상한 건축물
이화여자대학교 이상한 건축물

전혀 상상도 되지 않는 건축물을 만났다.

땅을 움푹 파서 길을 낸 것인가?
이 건축물은 도대체 뭐지?

난 아무것도 모른 채 의문 부호만을 달고서 그곳을 지나쳤다.
그 정체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 동상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 동상

이화여대 초대 총장을 지낸 김활란(1899. 02. 27~1970. 02. 10)의 동상을 보며, 여러 생각들이 지나갔다.
개신교인이고 교육장이자 대한민국 여성교육의 선구자라 불리는 그녀지만, 한편으론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식 이름은 '아마기 가츠란'이다.

그녀의 개인 역사를 적어본다.

1918년 이화학당 대학부를 졸업하고 중앙기독교청년회(YMCA)에서 활동하다가 1923년 유각경 등과 함께 조선 중앙여성기독교청년회(YWCA)를 조직했다.
1923년 미국 오하이오 웨슬리언 대학교에 편입하여 학사 학위를 받고 보스턴대학교 철학과를 편입하였다. 1926년에 철학석사를 받고서 귀국한 후에 이화여자전문학교에서 교사와 교감, 부교장 등으로 활동하였다. 1928년 미국 유학 중 "무지와 구습의 타파"를 이유로 공개 단발을 해서 화제가 되었다. 1931년에 컬러비아 대학교에서 철학박사를 받았다.

문제가 되는 그녀의 친일 행적을 살펴보자.

1936년 전후로 일본이 강경노선에 따라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했다. 1941년 창씨 개명을 하였으며, 전시 체제에 협력하여 칼럼, 강연, 학도병 독려 등의 활동을 했다. 1941년 임전보국단 결전부인대회에서 '여성의 무장', 1942년 싱가포를 공략 대강연회에서는 '대동아건설과 우리 준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여러 글들을 통하여 적극적인 친일행각을 서슴지 않았던 그녀는 광복 이후에는 반탁운동에 참여한 뒤 48년 장면, 조병옥과 함께 파리 UN 총회에 파견되어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받고 귀국했다.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공보처장으로 내각에 참여했다. 그 뒤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을 맡았으며, 언론인으로는 영자신문사 '코리아타임즈' 사장을 맡았다.

 

정말 화려하다.

그녀의 개인사가 곧 떳떳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인 듯하여 마음이 더욱 착잡해졌다.

이화여대 해시계

해시계?
그렇다. 해시계다.
해시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로 돌의자도 보인다.

"그레이 부인 기념 돌의자&아펜젤러 해시계"

1935년 제작자 미상.

이화여대 건립에 공헌한 그레이 부인과 아펜젤러 교장을 기리기 위해 정동에서 신촌으로 캠퍼스를 이전한 1935년에 만들어졌다. 아펜젤러 해시계는 한국전쟁으로 파손됐다가 1995년에 복원했다. 그레이 부인은 재정적으로 캠퍼스 부지 구입에 도움을 주었으며, 아펜젤러 교장은 캠퍼스 건립을 주도하여 완수한 분이다.

이화 가배당

이화 가배당.

'가배'는 '커피'의 한자식 표기다.
일제강점기에 많이 쓰였던 말로 알고 있다.
지금은 '가배'라고 하면 '카페'로 인식하면 될 듯.
아닌 게 아니라, 커피 등의 메뉴들이 앞에서 나를 끌었다.

주태경 여사 동상
주태경 여사 동상

이분은 누구일까?

가까이 다가가 안내문을 읽어본다.

<주태경 여사 동상>

1973년 강태성 제작.

이 동상은 본교의 재단설립에 기여한 주태경 여사(1873~?)를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 주태경 여사는 본교가 일제의 탄압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거액을 기부하여 재단 설립을 도운 분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떠오른다.
돈은 아무리 많아도 가져갈 수 없지만, 돈을 제대로 쓰면 이렇게 후대까지 이름을 남기는구나, 하는 생각.

고풍스러운 건물

 

따스한 봄날의 햇살 풍경

햇살이 너무 좋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좋다.

과거가 지나간 자리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는 자리에 내가 있다.

난 지금 여기에 있고, 그리고... 참 좋다.

이화여대 지하캠퍼스

자, 이제 이 구조물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다.
이 구조물은 바로 "지하 캠퍼스"다.

 

벽 안쪽에 강의실들이 자리하고 있고,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깜짝 놀랐다. 벽이 아닌 강의실이 있는 캠퍼스라니.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하였다.
설계의 개념은 "공원 같은 대학 교정, 도시와 연결된 대학 공원, 여성성과 자연을 결합한 열린 공간, 계절. 시간. 행사 종류에 따라 다변화하는 광장"이다.

외양이 멋지고 태양광이나 채광 등 친환경적 요소가 많아서 2008년 서울시 건축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마치 계곡과 같은 모양이어서 ECC 밸리라고 불린다는데, 정말 "계곡"처럼 보인다.
내부에는 스타벅스, 편의점, 신한은행, 교보문고, 아트하우스 모모, 꽃집, 리치몬드, 푸드코드 등의 상업시설과 강의실, 세미나실, 열람실,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임팩트가 정말 강했다.
이화여대 하면 이제 이 지하 캠퍼스가 먼저 떠오를 듯하다.

 

*여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중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숫자 팔(八)을 좋아하는데, 이 구조물이 숫자 八의 모양처럼 생겨서라고 한다. 

쌍둥이 돌석상

돌로 만들어진 귀여운 쌍둥이 석상을 보면서 정문을 다시 걸어 나왔다.

 

배 고프다.

신촌골목여행을 계획하기 전에 미리 검색해 두었던 식당을 찾아갔다.

부엉이 돈가스 식당 모습
부엉이 돈가스

부엉이 돈가스.

근데... 헐!

문이 닫혀있다.
검색을 제대로 안 한 것일까.

"조리사 부재로 인해 화요일은 휴무합니다."

오늘이 화요일이다.

에고에고.

대만식 우육도삭면
대만식 우육도삭면

그래서 이곳에 왔다.

청화원.

청화원은 청나라 시대 건립된 "희춘원"에서 유래한 정원으로 귀족들이 담소를 나누며 편안히 거닐던 정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쫄깃한 도삭면발

청화원의 대표 메뉴인 대만식 전통 '우육 도삭면'을 시켰다.

국물은 그저 그랬다. 나쁘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역시나 면.
쫄깃한 면이 씹을수록 더욱 탱글탱글해서 맛났다.

가격은 9500원.

가성비를 따지자면 조금은 비싸다는 느낌.
8000원에서 8500원 정도라면 딱 좋겠다 싶었다.

 

투썸플레이스의 커피와 케이크

마무리는 역시나 카페다.

아내가 보내준 쿠폰을 사용할 겸, 투썸플레이스에 들렀다.
우육도삭면으로 조금은 느끼해진 속을 쌉싸름 달콤한 커피와 아주 달콤한 케이크로 달랬다.
커피를 마시며 홍익서점에서 구매한 책을 읽는 시간,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더라도
가는 동안의 시간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른다면
찾아보고 물어보면 된다.

 

그 과정은 고되고 힘들지만
내 눈에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한다면
그곳이 바로 치유의 안식처가 된다.

 

 

참...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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