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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천양희 시인의 '참 좋은 말', 내 마음에 닿았다/ 천양희 프로필 첨부

by 휴식맨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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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딸의 국어시험문제지를 보다가, '참 좋은' 시를 만났다.

좋은 시가 따로 있겠냐마는, 그냥 읽는 것만으로 무언가가 내 마음에 전해졌다.

천양희 시인의 '참 좋은 말'.

나의 학창 시절에는 천양희 시인의 시를 만나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처음 보는 시.

더 깊은, 더 많이 함축된 여러 의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읽었다.

 

*

 

 

참 좋은 말

  -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으나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 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

 

 

나름 국어에는 자신이 있는 나이기에, 시험 문제로서의 위의 시를 읽었을 때는 이런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말'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3개의 단락으로 나누었다.

첫 단락은 몸, 두 번째 단락은 마음, 세 번째 단락은 세상으로 나누어 거기에 맞는 좋은 말들의 예시를 들었다.

몸, 마음, 세상으로 확장되는 순서에 따라 말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으며, 모든 끝맺음을 명사로 하는 것과 모든 단락을 3행으로 하는 것으로서 통일성과 운율을 주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무슨 소용일까?

시를 시험문제로, 또는 공부로 파악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시는 그냥 읽으면 된다.

시는 그냥 느끼면 된다.

무언가 내 마음에 닿아서 내 마음이 흔들렸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참 좋은 말.

살아가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말의 중요성'이다.

말 한마디에 오랜 친구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가족 간의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위의 시처럼 말은 큰 힘이 있어서 좋은 영향을 발휘할 수도 있겠으나, 살아보니 말은 참 '무섭고', '조심해야 하는 그것'이었다.

'참 좋은 말'을 하면 좋겠으나, 실제로 '참 좋은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공감이 크다.

9번 말을 잘해도 1번 말을 실수하면, 1번의 실수한 말이 모든 것을 가리고도 남는 것이 세상사다.

그래서 '말을 줄여야지.', '험담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등을 유념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천양희 시인의 '참 좋은 말'이란 시를 읽다 보니, 말이하고 싶어졌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남을 위로하고, 세상을 위로하는 말.

그냥 뱉는 말이 아니라, 꽃처럼 피어나는 '참 좋은 말'이 하고 싶어졌다.

웃음이 난다.

 

*

 

■천양희 시인 프로필

천양희 시인
천양희 시인

1942년 부산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새벽에 생각하다'가 있다.

산문집으로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등이 있다.

 

이혼 등,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겪은 시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힘들어하는 내용들이 많았으나, 이후 그것을 극복하고 인생을 포용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내용의 글들로 변화되어 갔다.

감정들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천양희 시인의 글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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