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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7월의 좋은 시 모음/ 목필균 "7월"/손광세 "땡볕"

by 휴식맨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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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월이라...

7월을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서럽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을 지났다고?

왜 이리 야속한 마음이 앞서는지.

마음이 여리디 여린 시인들은 이 7월을 어떻게 노래했을까?

 

오늘은 목필균 시인과 손광세 시인의 시를 적어본다.

 

 

7월

 

- 목필균

 

작은 장미꽃들이 빨갛게 피어있는 7월의 마당 풍경
싱그러운 7월의 빨간 장미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땡볕

 

-손광세

 

예쁜 여자가 공원에 누워 책을 보고 있다
7월의 공원에서 만난 여자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집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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