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라는 단어를 자판으로 치자니, 마음 한편이 먹먹하다.
벌써 10월?
벌써 가을?
내 마음은 시간과 동행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데...
10월.
그래, 마음을 꼬드기자.
좋은 시를 읽어주며 마음 꼬드겨 가을로 향하자.
■10월의 좋은 시 모음
10월 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돌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10월의 편지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가을 여행
/ 나태주
멀리멀리 갔지 뭐냐
그곳에서 꽃을
여러 송이나 만났지 뭐냐
맑은 샘물도 보았지 뭐냐
그렇다면 말이다
혼자서 먼 길 외롭게
힘들게 찾아간 것도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지 않으냐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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