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정점은 8월이다.
8월 하면 떠오르는 뜨거운 태양과 파란 바다.
그 정열과 낭만을 그린 시들을 찾아보았다.
■8월의 시
8월
- 나태주
태양으로부터
무차별 쏟아지는
열정의 포화, 프러포즈
이 뜨거움 없으면
어찌 여름이
여름일 수 있겠니?
나무나 곡식이며 풀들은
어찌 일 년을 견딜 것이며
사람 또한 그러하겠니?
피서 혹서다
그럴 여유도 없다
태양의 선물이 고마운 것이다.
8월 태풍 비
- 오보영
뜨거운 여름열기
이겨내느라
지쳐있는 모습들이
안쓰러워서
강한 바람 대동하고
내달려왔단다
그러니
주위 두루 살펴서
더워진 몸
식히는 거 말고는
늘어진 맘
회복하는 거 말고는
불어오는 비바람에
피해가 없도록
몸과 맘 건강
잘 보살피려무나
곧이어 뒤따라올
드높은
가을 하늘
기대하면서..
신선한
갈바람
떠올리면서..
채송화
-김용락
팔월, 불볕 아래서
한적한 어느 농가 흙담장 밑을
일렬로 줄지어 선
혹은, 도심 한복판 낡은 아파트
좁다란 베란다 위를
오순도순 손잡고 무리 지어 핀
채송화
너는 그렇게 자그마하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지상의 아주 작은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는
너는
한치의 여백도 없이 스스로를 꽃피우면서 나를 점령한다
불볕보다, 더 뜨겁게, 섬뜩하게
8월의 일기
- 목필균
매미 소리 잦아들어도
물러갈 생각 없는 들끓는 더위에
멈칫거리는 귀뚜라미 소리
입추 지나고, 말복 지나고, 처서인데
바람은 여전히 뜨거워서 기다림만 길어진다
지난 것은 견딜 만했고
지금은 늘 힘들고
무언가 달라질 것 같은 내일이 있어
매일매일 일기를 쓴다
지팡이 짚고 야간 산책길에 나서며
두 다리에 힘이 오르길 바라는 팔순 할매
늘어가는 병원 진료 기록이 현주소인데
가라는 여름은 제자리에 있어도
막상 가을이 오면 빠른 세월이 서러우려나
열대야 식지 않은 어둠이 길기만 하다
팔월
- 조선윤
살인적인 더위에
할딱이는 단내 나는 입김
혀 끝으로 뿜어내는 한 낮
곡식들도 폭염에 숨이 차는지
축 늘어져
큰 대자로 누워버린 그림자여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도
더위를 먹었는지
뙤약볕에 익어가는 열매
서둘로 몸 사리고
저만치 하늘빛 집어삼킨 구름
뜨거운 태양 보듬으려다
줄행랑을 치는데
타는 목마름에 지쳐가는 팔월은
풍성한 가을을 위한
인내의 날들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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