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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들...

국민교육헌장을 외워보다

by 휴식맨 2022.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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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쓰고 있는 휴대폰.

내 손에 무언가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는다.

"함께 가자. 나와."

마치 이런 슬로건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져서 앨범의 사진들을 지우다 아래의 사진을 만났다.

국기에 대해 경례하는 선생님과 여학생들의 모습
국기에 대한 경례

 

푸흣.

어디더라...?

강화도다.

강화도 조양 방직에서 커피 마시던 날, 벽에 붙어 있던 사진이 정겨워 '찰칵' 찍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이 떠올라서는 아닐 거다.

나는 그 시절 그 세대라고 함께 묶이길 거부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사실 하나.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그곳을 향해 돌아서서 가슴에 손을 얹는다는 것을, 내 몸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너 혹시 국민교육헌장 아니?"

대뜸 아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구시대의 유물을 꺼내 든 나는 변명의 여지없이 '꼰대'로 전락하고, 시선은 흐릿해지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의식은 또렷해지며 문장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문장들은 영화 스타워즈의 내레이션처럼 선명하게 펼쳐져 지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국민교육헌장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1968년 12월 5일

대통령 박정희

 

세뇌의 능력인가?

외우지 못하면 야단맞았던 기억의 각인인가?

술술 나오는 '국민교육헌장'.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나에게 확실한 답을 주었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났다고.

하... 그 시절엔 모든 게 분명했나 보다.

국민교육헌장.

국민교육헌장은 1968년에 제정되어 1994년 이후 사실상 폐기되었다.

지금도 훌륭한 교육지침이라고 떠받드는 사람들도 있고, 박정희 시대의 유물이라고 치를 떠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흐음... 글쎄.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

계몽의 시대가 지나고 시민의 시대가 왔으니, 그 시대의 유산은 유산대로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무지한 백성이 아닌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시대에는 조금, 아니 많이 부담스러운 헌장이다.

다만, 우리가 성숙한 시민이 되었는가는 의심스럽다.

누군가를 헐뜯고 무책임한 말들이 넘쳐나고 언론은 더욱 부추긴다.

성숙한 시민.

시민의 소양을 갖췄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다.

부족한 면은 공부하고 느끼고 그리고 채워가야지 싶다.

 

어렵다.

그냥 누군가 또 만들어 주면 편하려나.

"시민교육헌장."

 

(이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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